글쟁이라는 직업을 핑계로 내게는 담배를 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시켜왔지만 그 무수한 금연시도들 - 예컨대 밤에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절반도 넘게 남은 담배갑을 쓰레기통에 버린다거나 혹은 어제 산 라이터를 오늘 갑자기 집어던져버린다거나 했던 행동들 - 을 보면 담배가 내 건강을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분명 나도 모르는 사이 항상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어쩌다보니 담배를 쉰지(?) 한달이 넘어가고, 그 와중에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되지만, 사실 또 언제 맘이 변해 편의점으로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시도, 그리고 실패
앞서 말한 귀여운 시도들이야 많은 흡연자들도 뻔질나게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터를 집어던진들, 절반 넘게 남은 담배갑을 쓰레기통에 구겨넣던들 담배는 중독이라기 보다는 버릇이기에, 편의점으로 다시 향하는 그 발걸음 내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속으론 "다음번엔 꼭, 이번만 피자."하는 애석한 그 다짐. 어쨌건 지금처럼 한달동안 (나름 장기간) 담배를 쉬었던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우습게도 입원이라는 상황과 만나서 금연에 실패했다면 나를 믿을 사람이 있을까?
덥디 더운 여름날, 그래 더운데 담뱃불까지 쬐야겠냐 하는 심정으로 그날부터 갑작스러운 금연(혹은 휴연)에 돌입했드랬다. 웬걸? 날씨가 덥고 땀이 온몸에 차니까 담배를 필 욕구자체가 생기질 않았나보다. 그렇게 한달여를 아무런 부작용없이 잘 버텨내고 있었는데... 담배와는 천적일것만 같은 병원이 내 금연에 태클을 걸 줄이야. 미뤄두었던 수술을 하게 되어 병원에 며칠간 입원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병원에서 며칠을 지내게 되었드랬다. 무슨 병원은 그리도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습고, 기분좋은 포근함을 유지하는지, 병원에만 있으면 바깥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인지 어떤지도 까맣게 잊곤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더운 여름에 담뱃불까지 쬐는 미련한 짓을 왜 하니"라는 목표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로지 병원때문에. 이건 뭐 덥기는 커녕 가끔은 에어컨 바람에 한기마저 느낄참이니 잘 참았던 손버릇이 다시 도졌다. 한가한 병원 생활 덕분에 손이 다시 심심해져버린 것 역시 일조하지 않았나 보다. 어쨌건 그렇게 한달여간의 휴연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다시 시도
이번엔 스케일링 이후 담배를 사지 않았다. 생애 첫 스케일링을 하러 치과에 갔는데, 어찌나 쪽팔리던지. 전면부에서 보이는 치아는 분명 깨끗했지만 치아 후면에는 시꺼먼 타르와 니코틴 때가 끼어있는 상태. 어쨌거나 쪽팔림을 무릅쓰고 (담배를 시작한 이후 약 10년동안 간적없던 치과에 다녀온 다음) 마음을 먹었던듯 싶다. 집에 있던 니코레트검 (이전에 시도하려고 사두었다가 절반쯤 씹고 남은 것들) 을 모아서 담배 대신 씹었다. 사실 니코레트검 자체가 흡연 욕수를 줄여주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사실 4mg짜리의 경우 좀 독해서 목이 칼칼해서 담배를 피고 싶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그런 상태가 되긴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약간은 어리버리하게 시작하게된 휴연이 어떻게 하다보니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고 드디어 한달을 넘기는 신기한 상황에 이르렀다.
#유혹1 - 수퍼마켓 아저씨

니코레트껌 이후로 씹는 사과맛 자일리톨껌
나를 보는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반쯤 돈다. => 아저씨 한쪽 손이 자동적으로 담배코너로 간다 => 내가 항상 사던 던힐 밸런스를 보지않고 손으로 정확하게 짚어낸 아저씨, 나를 보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동시에 다른 손은 계산기로 다가가 항상 그렇듯 잔돈 500원을 미리 준비하려는 동작 => 내가 검을 내놓고 "얼마예요?" 한다 => 아저씨 안색 급변, 그리고 말씀하신다 => "요샌 왜 담배 안사가?"
고작 한달에 "끊었어요"란 말은 차마 할 수 없어서, 혹시나 며칠 뒤에 달려와 담배를 사는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요새는 안피고 있어요"라는 현재진행형으로 외마디 소리를 삑 지르고 계산하고 달아난다.
#유혹2 - 친구1
학교. 친구 녀석 연구실 앞에서 기다리다 친구가 나왔다. 나만큼이나 골초인 친구. 제일 친한 친구라 항상 "야, 너가 끊으면 나도 끊는다."하는 그런 사이다. 아직 자랑스럽게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달이나 끊은게 스스로 대견해서 친구에게 말한다. "야, 너도 이제 끊자." 친구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담배 대신 껌 씹고 있잖아, 너."
그리고는 담배를 꼴아물고는 연기를 나에게 훅~ 뱉는다. 며칠 안으로 다시 자기와 담배피며 이 벤치에 앉아있을꺼야 라는 눈치다. 이 친구,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친구라는 녀석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판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달랑 한달 휴연한 주제에. ㅡ,.ㅡ;
#유혹3 - 친구2
도서관 앞. 매점에서 커피를 두잔 사들고 친구들 만나서 한잔을 스을며시 건내며 묻는다. "공부는 잘되니?" 그러자 친구 커피를 받아들고, 다른 손으로 담배를 내밀면서 말한다. "왜? 담배 없나?" 헉 ㅡ,.ㅡ;;
#유혹4 - 아버지 (끝판대장)
아버지도 담배를 많이 피신다. 그래, 담배 피는걸 뭐 친구한테서 배웠을까. 아버지는 집안에서도 담배를 피신다. 요즘 담배를 안핀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적잖이 대견스러워 하신다. 당신도 나중에 한번 시도해볼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시며. 어쨌거나 아버지는 담배를 피신다. 다른 집 가장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아무리 베란다에 나가서 피시라고 말씀하셔도 아버지는 거실에서 피신다.
다음날, 아버지가 일을 나가신다. 다녀오세요 하고 배웅하고는 방으로 들어온다. 거실 한켠에 있는 아버지의 재떨이. 담배를 항상 가지고 나가시던 아버지가 내가 담배를 끊은 다음부터 유난히 담배를 집에 두고 다니시는건, 우연의 일치일까? 일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담배갑 안에 들어있는 담배의 개수를 세어보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스로 해보았다. 함정이건 아니건, 어쨌든 같이 사는 사람의 유혹은 정말이지 참기 힘든 것이다.
#그럭저럭 완성단계?
사실 몇년, 몇십년 금연하고 있는 분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뭣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아예 흡연욕구 자체가 없어진듯 하다. 일부러 어떤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아예 나의 하루 패턴에서 담배를 지워버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한대씩, 화장실에서 한대씩, 그리고 그냥 한대씩, 친구와 음료수 마시며 한대 등등... 그런 담배를 끊었다기 보다는 담배피는 습관을 버린 것이다.
물론 적당한 자기최면도 필요한것 같긴 하다. 이번엔 건강과 피부에 맞추어 집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써내려간 것이 약간은 도움이 된것 같다. 깨끗한 치아, 동안, 건강, 여드름 없는 피부, 돈도 아낄 수 있다 등등 그냥 내키는대로 써두었는데, 가끔씩 읽어보면 확실히 모티베이션이 되긴 하는 것 같다.

담배피면 안되는 이유를 막 적어 두었더니, 어머니가 한마디 적어두셨다 :)
어쨌거나 담배를 쉬다보니, 가장 무서운건 내가 담배를 피면서 만들어 두었던 흡연친구들, 즉 사람이더라. 담배를 끊기는 생각보다 쉽지만, 계속 끊기가 힘든건, 그 사람들과 그동안 흡연으로 떼우던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찾아내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ps)
혹시나 지금 이순간 열심히 금연중인 분들이 있다면,
계속 파이팅하셔서 남은 일생동안 담배엔 손도 안대시길! 파이팅!
혹시나 지금 이순간 열심히 금연중인 분들이 있다면,
계속 파이팅하셔서 남은 일생동안 담배엔 손도 안대시길!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