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피규어 오타쿠를 위한 영화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하 패자의 역습)을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패자의 역습>은, 본편만한 속편없다는 정설을 깨어온 다른 시리즈물의 대열에 끼어들기는 힘들것 같다는 것이다. (어찌나 산만했으면 누가 친 대사인지도 기억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누군가가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약해서 말해. 기승전결만 딱 요약해서 말하라구, 이해하기 쉽게"

마이클 베이 감독, 1편에서 발견한 자신의 재능에 스스로도 너무 많이 감탄했던 것일까? 그래서 보여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것일까? 분명 1편에서도 2편 만큼의 CG분량을 투입하고 더 많은 로봇을 투입할 수 있음에도 그 수를 제한했던 건, 작가들이 말하길,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서 너무 많은 로봇들을 보여주면 하나하나 인격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이유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2편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된거냔 말이지. 2배 이상의 로봇들이 등장하는 이 거대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감당해야할 이야기의 무게를 2시간 조금 넘는 러닝타임이 견뎌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계산대로라면 2배가 넘는 등장인물의 수만큼 2배가 넘는 러닝타임이 필요할터인데, 로봇도, 사람도, 감독도, 작가도 다들 바쁘다보니 2시간 내내 누구에게 자신을 이입시켜서 영화를 봐야하는건지도 모른채 우왕좌왕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이클 베이표 영화의 가장 큰 셀링포인트이자 미덕은 역시 "닥치고, 생각말고,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화면을 즐겨라"인데 <패자의 역습>의 경우 그냥 닥치고 즐기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는게 아닌가 싶다. (거의 대사가 없었던 전편에 비하면) <패자의 역습>의 경우 아주 이야기꾼의 수다 한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자세한 설명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테니 생략하기로 하자) 하지만, 1편에서 2편으로 확장되면서 전혀 어색함이 없게 하기 위해서 스토리라인을 아주 정교하게 정비했다는 그들의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1편과 2편의 사이에 (혹은 2편이 전제하는 어떤 이야기들 사이에) 너무 많은 역사(?)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플롯(?)에 대한 부담감을 감독도 미리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뻔한 클리셰로 익숙함을 선사하고자 하는 장면도 눈에 띈다. 예컨대 영화 초반부에 미카엘라가 원하는 "사랑한다"는 그 말이 어려워서 얼버무리는 샘이 후반부에, 관객이 예상하는 순간에 날려주시는 샤이아 라보프. 감동라인(?)이 부족함을 염려했던 탓인지 아들 걱정 보다 늘 돈걱정 앞서시던 아버지가 전장에서 난데없이 "널 보낼 수 없어~"하니 "절 보내주셔야 해요. 꼭 살아서 돌아갈게요"하며 눈물샘 자극안되자 슈렉의 들고양이 표정하는 아들래미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패자의 역습>의 가장 큰 오판은 이집트로 옮아간 배경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과 인간문명이 있어야 하는, 인간과 인간끼리 살을 부대끼는 그런 장소에 금속성의 로봇들이 살아 움직였기에 경이로왔던 1편일진데, 스케일을 키운답시고 우주와 이집트로 날아가버린 이 트랜스포머들. 1편에서 사람사는 집과 정원, 건물들에 부대끼며 묘한 이질감을 통해 보여주었던 카타르시스가 뚝 끊겨버렸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로봇이라는 존재와 우주, 그리고 이집트와 같은 공간은 이질감보다는 어떤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인데, 그 것은 바로 우리가 가보지 못했고, (이집트는 뭐 가본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그저 텔레비전과 사진, 책으로만 접했을 것이다) 실제 눈으로 확인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환상과 신화, 그리고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들은 것처럼 으례 그럴 것이라고 예측할 수 밖에 없는 개념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일종의)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비현실적인 로봇들이 1편만큼의 쇼킹함을 유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쉬운 예로, 마술쇼를 생각해보자. 잘생긴 마술사가 그를 돕는 미녀들이 들어간 통에 칼을 꽂는 장면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객석에서 즉각적으로 끌어올린 관객이 들어있는 통에 칼을 꽂는다면..? 이 <패자의 역습>이 그렇다. 결국 역습하지 못하고 1편 이전으로 역행하고 마는 우를 범하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꾸 반복해서 죄송스럽지만) 두편의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우리"의 차와 사람들과 부대낀다거나, 혹은 샘의 집 정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씬들이 나에게는 가장 큰 희열이고 쇼크였다는 것. 오히려 트랜스포머들끼리의 액션씬으로 점철된 엔딩부분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속편은 한술 더떠서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싸움이다. 그래픽과 실사가 충돌할 때 느껴지는 놀라움은 사라지고 아예 컴퓨터 게임의 인트로 영상이나 엔딩을 보는 무감정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 결국 그건 기술력의 자랑일 뿐 어떤 감정적 자극도 유발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내려지는 결론.. 그건 이렇다. 우리 "느린" 인간들에게 환희와 호기심의 극대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실사와 그래픽과의 비율은 이미 트랜스포머 1편에서 보여준 정도(요정도가 쥬라기공원 1편 정도의 수준)가 아닐까 하는 것. (어떻게 보면 마이클 베이가 이번에는 너무 앞서 나간것인지도 모른다는 소리)

변신 로보트를 조립하면서 "내가 잠든 사이에 이 로봇들이 몰래 깨어나 움직이는 건 아닐까?"하는 어린시절 누구나 해봄직한 판타지를 현실로 끌어들였던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현실화된 판타지를 상상 너머의 공간으로 밀어 넣어야 할것같은 씁쓸함이 있다. 캠퍼스 로맨스물과 재난물, 외계의 침략을 다룬 SF물, 사람 대신 로봇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작렬하는 이 장르를 알 수 없는 영화 혹은 영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인 이 영화.. 자못 실망을 한건 나 혼자 뿐일까? 다들 이 속편에 열광을 한다면 아마 영화를 이해하는 내 그릇이 작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뷰를 마치면서.. LG샤인폰을 비롯해서 끝까지 선전한 두 국산 자동차의 활약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영화 중간에 떠나던 그 사람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Director: Michael Bay
Writer: Ehren Kruger, Roberto Orci
Cast: Shia Labeouf, Megan Fox, Josh Duhamel

2009/06/25 11:58 2009/06/25 11:58


같은 태그를 공유하는 글의 목록입니다.


wrote at 2009/06/26 08:13
저는 아직 영화를 안봤는데, 사실 극장에서 예고편만 봤을때도, 아 이번작품 뭔가 산만하겠구나 싶었어요.
역시 그렇군요.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때문에 트랜스포머 역시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논란도 있었고,
예매율은 엄청 높네요, IMAX 용산은 주말 매진이고
급하게 보지말고 짬날때 봐야겠어요.
그래도 산만할 것 같아도, 또 화려한 효과에 눈이 갈 것 같아서요.
저도, 전적으로, 트랜스포머의 묘미는, 내 주변에 있던 것들이 저렇게 밤에는 움직이는 거 아닌가?
이런 두근거림 이라는 것에 동의해요. ^^

글 잘 보고 갑니다.
이작가 
wrote at 2009/06/27 21:14
동의합니다. 다른 포스트에서 살짝 보았는데, 트랜스포머가 정말이지 터미네이터 2이후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건 대단한 일이죠. 다만 2편의 경우 그 스케일의 "확장"을 핑계로 너무 쉬운 배경을 선택한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로봇들은 그 안에서 더욱 쉽게 날뛸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들이 바라는건 우리 "동네"에서 뛰노는 로봇들이니까요..
HAPPY 
wrote at 2009/06/26 09:51
영화가 SF물들의 대부분이 선택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를 선택했다는 것이 너무 안습이었고...또 모든 대부분의 씬들이 이집트로 옮겨가면서 이건 뭐 너무 찍기 편한 장소로 옮겨서 거기서 아예 끝을 보는 너무도 한 장소에서 끝을 보는 넘 재미없고 걍 지루한 정도랄까...글고 새로 영입된 여자애가 로봇이었다니...넘 식상했고 이 부분은 너무 억지스러웠다...참나...그 엉덩이에서 나오는 꼬리는 뭐람....
이작가 
wrote at 2009/06/27 21:15
하하하.. 재밌는 댓글이네요. 저는 그 여자분이 후반부에 가서 무언가 큰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그걸로 끝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경악했습니다. ㅠ.ㅠ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2  *3  *4  *5  ... *182 
rss
count total 67020, today 50, yesterday 78
리뷰목록
001. 세상 WORLD
002. 텔레비전 TELEVISION
003. 영화 FILMS
004. 도서 BOOKS
005. 여행 JOURNEY
006. 일상기록 DAILY LIFE
007. 즐겨찾기 FAVOURITES
008. 무한도전 JUST.DO.IT
달력
«   2009/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